0118 바람이 심함. 구름끼고 스산한
기운이 감돌더니
오후되니 구름
많아짐. 그늘 생기면 무척 추움.
이불속... 눈을 떠보니 8시 정도 되었다.
따뜻한
전기장판, 바삭바삭한 이불, 나른하기도 하고 개운하기도 한 컨디션!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졌다.
이리도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아흑.
한시간을 침대속에서 부비적 거리며 행복해했는가보다.
9시즘 씻고 하루를 준비했다. (화장을 했다는 말이다.)
호도협의 흔적. 먼지낀
옷가지들을 세탁하며 마당에 앉아 1973핀볼을 모처럼 느긋하게 읽어주었다.
햇살좋고..강아지와
나비야가 장난친다.
못된 똥강아지. 갈색눈을 가진 나비야만 집중공격한다.
녀석들의
장난질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훌쩍 지나가 버리겠다.
세탁기 속
돌아가는 빨래에서 구정물이 계속 나온다.ㅡㅡ;
마치...어제의 호도협트레킹의
아찔한 기억이 스물스물 나오는거 같다.
빨래를 널고 나니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오늘은 슬쩍 흑룡담 공원에나 다녀오자..
우선 점심을 먹어야 한다. 어제 호도협에서 함께
내려온 파란잠바 커플에게 전화를 하니
마침 사쿠라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후딱 사쿠라로 달려가 된장찌게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잘 어울리는 커플을 보며
좋아라 하는 Solo는 뭐란 말인가??ㅋㅋㅋ
"여행 잘하세요" 헤어질 때는 늘 이렇게
인사한다.
흑룡담 공원까지는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슬렁슬렁
혼자서 잘도 걸어간다. 앗뿔싸!
카메라의 자동촛점이 말썽이다. 작동을 멈추었다.
호도협 트레킹이 나에겐 험하긴 험했나부다.
바람을 심하게 맞았더니만...이를
어째..
흑룡담 공원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그닥 그저 그랬다.
재미있었던
건. 흑룡담 공원의 사람풍경이였다.
가족끼리 소풍 온 중국 사람들,
대가족의 사진촬영,
카드를 고스톱처럼 내리치는 오후 한때의 놀음,
물고기에게 팝콘을 주는 사람들.(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왜주나? 싶다.ㅋㅋ)
흑룡담
공원에서 자랑스런 한국인을 또 만났다. 운남에선 한국 사람 만나기가 참 쉽다. ㅋㅋ
[기분좋은
서스비 웃음을 지난 여인 둘. 이후 내 여행일지에 나올 파란만장 미스터 구]
함께
꾸청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그들이 묵는 유스호스텔 옥상을 구경하고
여인
둘은 내가 있는 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리장에서 하릴없이 삐끼 노릇하고 있는
듯 하다. ㅋㅋ
내일 따리로 가야겠다. 여행이 조금 지루해지려한다.
저녁에
때거리들과 물레방아 앞에 신장개업한 한국식당에 가서 중국 음식을 시켜 먹었다.
한국음식은 사쿠라카페랑 비슷한 가격인데 중국음식은 싸게 먹을 수 있다.
가지볶음,
마파두부, 중국 삼겹살(후꿔로우~), 김치찌개 등등 9명이서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다.
미토상과
크리스(그분)은 듣던대로 잘 먹더군.
밥 3공기를 먹고서야 배부르다고 하는 미토미.
일본인은 소식한다던데..그때 그때 다른가보다.ㅋㅋ
이제 봉스랑 때거리들은 8시
30분 밤차로 쿤밍으로 간다.
정말 마직막 인사를 나누고 나는 왕빠(PC방)에 갔다.
간만에 인터넷을 해 볼 요량으로...
우리나라에 한창 피씨방이 유행했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자리를 빼곡히 채운 사람들, 담배 연기 그득, 게임소리 기타 등등의
소리 때문에 요란스럽고 정신없다.
자리를 잡고 한국어(한꾸어런)을 요청하니
잘 안돼는지 자리를 3번이나 옮겨다녔다.
담배 연기 탓인지, PC방에 가면 나타나는
증상인지 (한국에서도 그랬다.ㅡㅡ;)알 수 없지만,
신호가 왔다. ㅡㅡ;
참을
만큼 참다가 숙소로 달려가는데 역시나 숨차다. (정말 고산지대가 맞긴 한가부다.)
여행을
시작하고 제일 빠르게 달린걸로 기억한다.
숙소에 도착해서 방문을 열려고 하니
문이 안 열린다. 이게 우찌 된 일이란 말인가!!!!
하필이면 이 시점에...급한데.....으으으으으윽
주인 아저씨가 드라이버로 이래 저래 하더니만 문고리를
몽땅 뜯어 버린다.
헤드렌턴 켜고 문고치는 아저씨 모습을 보니 예전에 베트남_무이네
타이호아 총각이 생각난다.
급한 불도 끄고, 문도 고쳤다.
리장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설렁 설렁 거리로 나가본다.
리장의 홍등은 여전히
밝혀져 있고, 여행객들은 여전히 술렁이고, 리장다운 밤이다.
동파문자가 새겨진
액자를 80元 부르는 것을 혹시나 하는 맘에 40元에 달라고 했더니 오케이 한다.ㅡㅡ;;
이걸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무지 고민되더라. 신문지에 싸고 있는 아줌마. 기분이 묘했지만
그냥 샀다.
팔찌도 역시 8元 부르길래 두 개 살테니 4元에 달라했더니 살짝
뜸들이고 좋다고 한다. 도대체..알 수 가 없다.
예상치 않은 쇼핑이다.
개량
한복처럼 입으면 좋겠다 싶은 중국옷이 보이길래 입어보고 값을 물어보고
난리를
쳤는데 120元에서 절대 안깎아 주려고 하여 그냥 도망치듯 가게를 나왔다.
(나중에는
깎아준다고 했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줄행랑쳤다.)
다른 집에서 비슷한 디자인으로
좀 더 맘에 드는 옷을 발견하고 가격을 물어봤더니 150元이란다.
80元으로 깎고,
입어보고, 계산하고 있는데 아까 그집 아저씨가 오는게 아닌가!
아저씨
팔뚝을 잡고 "아저씨 죄송해요!!"하니 괜찮단다..같은 집이라고...ㅋㅋ
진짜
죄송했다. 어쨌든 80元에 샀다.
그리고 결국 리장의 마지막 밤도 쇼핑으로 마무리했다.
[사진 / eos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