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7. 하늘은 맑으나, 바람이 심함. 덩달아 구름도 바쁨.
[로모로 남긴 사진이 없어. 0117사진은 EOS55로 찍은 사진이다.]

쮸뼛쮸뼛 눈을 떠 보니 창밖으로 옥룡설산이 펼쳐져 있다.
이런 아침을 언제 또 맞이할 수 있을까?
전기장판 탓에 온몸에 땀이 헝건하다. 산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라 추울거라 생각하고
이불두 개, 게다가 내복도 입고 폴라폴리스로 된 옷들을 몽땅입고 잤으니
땀이 나는게 정상이지...ㅡㅡ;

참고로 '하프웨이 게스트 하우스'는 뜨신물도 잘 나오고,
전기장판도 있고(트윈 30元/도미토리 10元) 밥도 맛있고
화장실에서 올려다 본 풍경도 아트다.
그중 음식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이 사람들은 음식 여러개를 시키면,
하나씩 하나씩 순서대로 만들어온다. 아주 느긋하게 말이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먼저 나온 사람이 밥먹는 모습을 부럽게 쳐다봐야한다.
젤루 추접스런 일중에 하나인데 피할 수 없다. ㅋㅋ
  
찬물에 세수를 하고, 바나나 팬케익과 요구르트로 아침을 때우고(밥이 아니면 때우는거다)
출발할 때 따라왔던 희봉이와 다른 사람들은 2박3일 코스로 호도협트레킹을 한다길래 안녕~하고 헤어지고
파란 잠바 커플을 따라 하프웨이 게스트 하우스를 내려왔다.
여행기를 쓰면 본인들 이야기도 써달라고 했는데 괜히 신경쓰이네 ㅋㅋ
파란잠바 커플을 잠깐 이야기하면,
+인상좋고 선한 그리고 일을 척척 잘 처리할 것같은 男자
+차분한 말투와 호감가는 분위기의 女자
중국에서 4개월째 공부중인 커플이다. 방학을 맞아 한국을 가지 않고 중국여행중이란다.
That's good idea!
커플 사이에 낑겨(그나마 같은 연배여서 다행이다...휴~) 전혀 뻘쭘해 하지 않고 산을 내려왔다.
내가 내리막길에  강한데...그걸 알리 없는 커플男이 그래도 여자라고 험한 구간에서 손을 내밀어주었는데
난 그 내민 손이 무색하게 너무도 잘 내려와 버렸다. 맘상해하시는 커플男 ㅋㅋ
상한맘을 달래느라 손도 잡아드리고 ^^; 사진도 찍고 찍어드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렇게 한시간 반 가량을 걸어내려왔다.

하프웨이G.H.에서 티나G.H.까지 1시간 30분가량 소요.

티나에 도착하니, 바로 뒷따라 희봉스와 일당들이 오는게 아닌가...다시 인사한다.  "하이~~!" (^^;) /
티나 게스트 하우에서 거친 물줄기를 보러 가기위해 다시 내려가야한다. 왕복 3시간 걸린다고 한다.
올라올  일을 걱정하면서 내려갔다. 길이 심상치 않다.(통행료있음)
내려갈수록 걱정이다. 올라올일이...
호도협 트레킹의 컨셉은 '약한 모습보이기'이란 말인가!!!

한참을 내려가다가 파란 잠바 커플만 보냈다.
나 신경쓰지 말고 어여~ 다녀오라고~
나는 쉬엄쉬엄 자연을 벗하며 호도협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가겠노라고~
지금을 즐기는게 중요하지 어딘가를 찍고 오는거에 의미두지 않겠노라고~(이 말은 맘속으로만 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호도협에 부는 바람은 거칠다.
거친 물줄기 만큼이나 바람또한 거칠다.
잠시 한눈을 팔면 바람을 따라 협곡으로 흐를지도 모른다.

혼자 올라오는 길에 자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아니 느끼게 된다.
'두려움을......'
바람소리도 나를 헤칠 것 같고, 높이 솟은 봉우리도 나에게 덤빌 것 같고...
두려웠다. 무서웠다. 혼자여서라기 보다 자연이 만들어낸 소리가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호도협의 물소리, 바람소리, 그 바람에 풀, 나무들이 서걱거리는 소리.

여행일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여차했다간 바람에 중심을 잃고 쓸려갈 것 같다. 무섭다.
이 자연을 운행하시는 하나님을 어찌 경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바람을 따라 휴지조각이 하늘 높이 날아간다.
나도 휴지 조각처럼 가볍게 날아보고 싶다.

호도협을 찍고 파란잠바 커플이 올라왔다.
아까 간 길이 잘못간길이었다며..무척 고생한 얼굴로 이야기한다. (안가길 잘했다. ^^;;;;)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치아토우까지 나왔다. 산에서 떨어진 바윗덩어리들이 군데군데 널부러져있다.
'차를 태워준 아저씨! 공짜로 태워주나부다. 우아 맘좋다!' 했으나 역시나 중국 아줌마!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시동끄고 내리더니만 우리한테 뭐라뭐라 하신다. 돈내라는 소리다. 일인당 8원 달란다. 5원줬다. 흠~

치아토우에서 차를 타고 다시 리장으로 가는거다.
지금은 리장가는 버스 안이다(버스비 15元)
갑자기 버스가 멈춘다. 이유를 말해주지도 않는다. 물론 물어보는 이도 없다. (어쩌면 나만 몰랐을지도..)
휴게소에 사람을 두고와서 그 사람을 기다리는거라 예상했는데 그건 아니였고,
뒷차에 사람이 적어서인지 고장인지 한차로 몰아가려는 거였다.
암튼 어이없으시다. 여기는 중국이다.

6시 넘게 리장에 도착해서 터미널 근처에서 미시엔을 먹었다. [4元] 꾸청 안보다 싸고 맛있다.
숙소를 다른곳으로 옮겨볼까했으나, 무거운 가방들고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더라
전에 묵었던 소우펑커잔으로 갔다. 하루 사이에 한국사람이 늘었다.

'합이셋'팀도 예상했던 방에 머물고 있었고, 내가 쓰던 방도 비어있었다.
근데 왠일이니~ 20원에 자던 방을 30원에 자란다. ㅡㅡ;;
말도 안된다며~ 나 기억못하냐며~ 주인아줌마한테 얼굴 들이밀고 생고집 피워서 예전가격 20원에 방을 차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느는건 깡이다. ㅋㅋ
↑위의 생고집도 한국말로 피운거다. ㅋㅋ
  
 피곤하다면서 '합이셋'이 머무는 방에 가서 호도협 트레킹 이야기 한무데기 늘어놓고,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10시가 조금 넘어 잠들었다.  내일 아침엔 흑룡담 공원을 가자는데(7시 이전에는 무료다)
과연 일어날 수 있을지....
온몸이 쑤시다.
그래도 내집마냥 편하다. 우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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