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0. 여기가 한국인가? 따리인가?

잠시 착각을 했지만 여러번 꿈이 반복되다보니 금새 따리임을 인식하게 됐다.

비가 많이 온다. 주루루루룩....
세수를 하고, 오전내내 쿤밍가는 기차표를 구해보려 아동바둥 거렸지만,
광석씨는 내일 모레 서울에서 돌아오고 여행사에서는 비싼 소프트 베드 뿐이라고 하고,
시스터즈 카페에선 98元 + 커시션 20元으로 비싸고....결국 기차는 포기
오후 내내 NO3에서 삐댕기다가 8시쯤 기차역가서 열차표 구해보고 없으면
버스 터미널 가서 야간 버스 타기로 맘을 굳혔다.
맘을 굳히고 나니 한결 편하다.

따리에서 먹고 싶던 그 국수도 먹고, 이쁜 모자도 사고, 문 앞에 거는 발도 사고,,,
NO3 난로 앞에서 책도 읽었다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NO3는 난로 빼면 그저 그렇다.)
비가 와서 싼타스(삼탑사)에 가기도 귀찮고, 배는 어찌나 자주 고픈지... 내 뱃속엔 지우개가 들어있나부다.ㅋㅋ
그래도 저녁 초대엔 응하지 않을란다. 갔다가는 한국으로 못 돌아갈 것 같다. ㅜㅜ
따리에서만 초대를 2번씩이나 거절한다.' 라고 했지만 구씨의꼬심으로 금새 다녀오기로 하고
6시에 구씨+말입니다+나 이렇게 셋이서 북방반점에 갔다. 구모씨 품에는 선물로 참이슬 한병도 있었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은근히 기대하고 갔다....
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시긴 하나 그후엔 어찌나 쌩뚱이시던지
어제의 그 초대는 이야기조차 없고,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군인 아들은 다시 군대로 들어갔다는 말 뿐 그 이상 아무런 이야기가 없자
우리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나왔고(물론 소주도 함께~)
약간은 실망하여 구씨도 오늘밤 쿤밍으로 가기로 했다. ㅋㅋ
앗싸!!!! 든든한 동행자가 생기니 쿤밍까지 가는 길 걱정! 뚝이다.

(양말 3일째 발냄새가 솔솔 난다 ㅡㅡ;;)


따리에서 제일 맛있는 차가운 미시엔을 먹고, 중국에서 첨으로 꼬치구이를 먹어보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pm 7:30
터미널에 내려 쿤밍가는 밤버스를 50원에 준단는 삐기를 쫓아갔다.
삐끼를 쫒아 한참을 가니 야간버스가 많이 보인다. 시설도 그만하면 괜찮고 냄새도 심하지 않고, 자리도 좋아
삐끼님이 소개한 그 버스를 타기로 했다. 9시에 떠난다고 하는데..과연???
(어제 떠난 친구들은 저녁8시에 간다던 버스가 밤11시 30분에 출발해서 쿤밍에 오전8시 30분에 도착했단 말입니다)
오늘밤엔 출발하겠거니 하며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든든한 동행자 구씨의 파란만장한 대학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겁나~ 웃었다.
술집 아저씨랑 단골 트는 두가지 방법. 노래방에 갖힌 사건, 고등학교 미팅 사건,
후배들 갈구던 이야기, 백두 대간 점령기(노팬티와 참외껍데기), 대학교에서 학점 받기,
대학 10년 다닌 훗일담~"도대체 역사란 무엇인가?", 검은 지하세계 이야기
정말 파.란.만.장한 미스터 구!!!!
 
그렇게 이야기 하다보니 10시 30분 .. 이제서야 차가 시동을 켠다. 10시 30분이면 양호하군...
근데 터미널을 한 바퀴 돌더니만 다시 길가에 세운다. ㅡㅡ;
이어폰으로 흐르는 음악을 듣고 차창밖을 바라보니 지나가는 자동차도 음악에 맞춰 지나가는 듯하고,
눈앞의 풍경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흘러간다.
앗! 쌈질도 한다.  바로 창밖에서...
여자 한명을 두고 남:男 이 쌈질을 하니 남의 친구들이 男을 발길질하고 약간 집단폭행장면이 연출되는가 싶더니만
우루루루 내 시야를 벗어난다. 아~쉽다. 쌈구경이 제일 재밋는데..ㅋㅋ
'파란만장 미스터구'는 피곤했는지 계속 잔다.

어떤 아저씨가 오더니 뭐라뭐라 떠든다.
흠..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 버스에 사람이 적어 오늘밤 갈지 안갈지 모르니 다른차를 타라는 거였다.
실로 어이없다.ㅡㅡ;
후다닥 짐을 챙겨 다른 버스로 가보니, 차는 깨끗하고 좋으나 자리가 없어 자리쟁탈전을 한판해야한다.
대한의 팅부통답게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그나마 아는 사람(구씨)이 옆에 누워 가게 되었다.

전에 탔던 야간버스에서 후다다닥 짐을 챙기는 바람에 구씨는 수첩을 두고내렸지 뭔가..
여행일기를 적은 수첩이라는데 내가 다 속상해 잠이 안온다.
(사실 내 짐 챙겨주느라 깜박하셨기 때문이다)

덜컹 덜컹....이리 딩굴고 저리 딩굴 자리도 없지만 버스 움직임에 맞춰 나도 덜컹 덜컹이다.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앉으면 버스가 곡예(?)운전을 하는터라 스릴만점! 차라리 눕지...ㅡㅡ;;
다시 누워 살짝 잠이 들었다.
1시쯤 휴게소에  멈췄는데 화장실을 갈까하다 신발 신기가 귀찮아 참았더니
4시쯤...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차는 덜컹거리지 화장실은 가고싶지 길은 S자로 달리지. 이를 어째....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주위를 살피고 있는데 차가 멈추었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잠깐만요!를 외치며 문앞으로 달려나가 버스에서 후다닥 내렸다.
챙피한 것도 그 어떤 것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버스옆 컴컴한 장소를 찾아 일을 치루는데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이더라..
순간 내가 꿈을 꾸는건가?....아...환상을 보는 줄 알았다.
그것도 잠시...

다시 버스는 달리고 나는 편한 맘으로 잠을 청하고나니
6시쯤 버스가 멈추었다. "여기가 종점이니 내려라" 라는 말도 없고 한 두명 쮸뼛쮸뼛 내리고..
도대체 잠을 더 자란 말인가? 아님 기사님 아침식사 때문에 잠깐 멈춘 것이가? 아리송해하고 있는데
파란만장 미스터 구가 중국어로 물어보니 여기가 쿤밍이라는 것이다.
말이라도 해주지.... 뜬금없게시리~
역시나 후다닥 가방을 챙겨 닭장같은 침대버스에서 내렸다.

파란만장 미스터 구는 오로지 걷거나 버스만 탄다.
내가 알기론 거리가 꽤 되는데....흠....
우선, 가방은 무겁지만 걸어보기로 한다.
아...무겁다...

구씨가 가방한 개를 들어줬는데도 불구하고 어깨가 결려온다.
내가 택시비를 내기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흐미...
조금만 더 걸어볼걸 그랬다.
한블럭만 더 가면 차화삔관이였던것이였던것이다. 우어어어어어
차화삔관에서 주는 기쁨님을 만나 이런 저런 여행이야기를 하는데
숙소를 잡던 구씨 아저씨 차화삔관이 맘에 안들어 딴곳(국제 유스호스텔)에 간다길래 따라 나섰다.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아침으로 전병에 각종 야채와 땅콩잼과 빵을 넣어 불에 살짝 구운(이름을 모름) 그것을
돌돌 말아 흰 봉지에 담아 주는걸 먹고~ 5번 버스를 타고 유스호스텔로 찾아갔다. 에효~ 힘들군..

쿤밍에 도착해서 비행기 타고 방콕 가기 전까지 계속 걸었다. 계속....
유스호스텔-> 아침 먹은 곳에 두고온 구씨 가이드북 찾고 -> 기차역 -> 표끊기 시도 -> 점심먹고 ->
계속걸어서 화야호 시장근처 도착하고 -> 버스타고(52번)공항가기 -> 방콕

 

이제 방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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